어린아이에 대한 가족의 학대와 폭력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아이를 때려 숨지게 한 것도 모자라 시신을 불에 태워 유기까지 한 이번 영진군의 사건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그동안 끊임없이 되풀이했던 어린이살해 사건의 유형이라 볼 수 있다. 친엄마가 아닌 계모가 저질렀다고 해서 '있을 수 있는 일'이 될 수 없고, 이를 결손가정 탓으로만 치부할 수도 없다. 정상적인 가정에서도 이번과 같은 참극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고, 또 실제로도 있어 왔다. 실종된 영진군의 주검이 확인되고 계모가 범인으로 밝혀지자 모든 여론은 계모를 성토하는 것으로 집중되고 있다. 영진군이 죽기까지 받아왔을 고통과 아버지 등 주변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문제 제기가 없다. 경찰수사 역시 영진군이 구타로 사망한 시점에 아버지가 어디서 무엇을 했느냐는 알리바이를 확인하는 것에 한정되고 있다. 현행법의 테두리가 이것 이상을 처벌할 수 없으니, 수긍하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지만 답답하고 미안함은 지워지지 않는다. 평소 아이가 경찰의 탐문수사에서도 확인되었듯이 계모로부터 그 같이 심한 학대를 받았다면, 아버지로서 적절한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 그러나 아버지는 아이의 살인에 대한 직접적인 혐의가 없다고 해서 이번 사건과 무관한 것으로 결론지었다.
특히 아이가 죽음에 이르도록 맞았던 집의 2층에는 친할아버지와 친할머니가 살고 있었다. 또 영진이가 계모로부터 폭행을 당한 것은 이번만이 아니고 수없이 반복되어 왔다는 것을 알고 있던 이웃과 유치원 교사들은 무엇을 했는가. 얼굴이 붓고 목에 긁힌 흔적이 있는 것을 목격했다는 증언은 할 줄 알면서, 아이의 고통을 들어 줄 수 있는 행동이나 고민은 하지 않았다. 그저 가정사로만 덮고 모르는 척 했다. 우리는 아동보호법을 벌써 오래전부터 시행하고 있다. 아동이 폭력에 노출되었을 때는 이웃이나 교사 등 누구라도 아동보호기관 등에 신고하도록 하고 있고, 신고를 접수하면 즉시 현장조사를 벌여 재발 방지를 위한 조치를 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이 같은 제도의 존재를 기회 있을 때마다 홍보를 해 왔다. 그러나 영진군의 주변인물 가운데 그 누구도 이 같은 신고를 하지 않은 것은 물론, 적극적인 관심조차 보이지 않았다. '어린이 날'을 제정한 소파 방정환 선생은 어린이를 어른의 하늘이라고 했다. 어린이는 어떤 상황에서도 밝고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받고 있는 만큼 어른들은 하늘을 섬기듯이 어린이를 대하라는 가르침 앞에 고개를 들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