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일자 : 2008.02.15 22:02
[미래 꺾는 범죄 아동학대]꽃으로 때려도 상처는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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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구 성안동에 위치한 울산시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한 상담사가 상담전화를 받고 있다. | 울산아동보호전문기관 지난해 248건 접수
구타·방임·정서학대·성학대 등 유형 다양
대인기피·무기력 등 자아형성 심각한 영향
부모·아이 함께 상담 장기간 심리치료 필요
최근 울산시 남구 우영진 군이 사회의 무관심 속에 6년의 짧은 생을 마감했다. 만약 한 사람이라도 평소 영진군의 멍이나 상처를 보고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만 했다면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영진군 같은 최악의 상황은 아니지만 부모나 친지 또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학대받는 아동들이 아직도 우리 이웃에 수없이 많다. 우리의 미래인 아이들에 대한 작은 관심이 절실한 시기다.
#1. A(여·10)양의 집은 쓰레기장을 방불케한다. 냉장고 안은 곳곳이 곰팡이로 얼룩져 있다. 옷장에 있어야 할 옷은 얼룩이 진채로 방바닥에 널려 있다. 과자 봉지, 휴지, 먹다 남은 음식찌꺼기…, 방 안은 두 발로 설 공간조차 찾기 힘들다.
A양은 일년 내내 똑같은 옷을 입고 등교한다. 얼굴은 부어있기 일쑤고 온 몸에 멍자국이 선명하다. 한 번은 망치로 맞은 적도 있다. 이는 모두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A양의 친모로 인해 벌어졌다.
결국 A양을 지켜보던 담임선생님의 신고로 A양의 친모는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A양도 심리치료 등을 통해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2. 형제인 B(11)와 C(8)군의 부모는 이혼했고 그 뒤 아버지가 재혼했다. 초등학생인 아이들은 갑작스레 변한 가정환경에 적응하지 못했다. 새엄마와 사소한 마찰이 늘자 집에 들어가기 꺼려졌고 가출한 뒤 학교도 빠지기 일쑤였다.
밤 늦게까지 돌아다니다 24시간 문이 열린 대형마트에서 잠을 청했고 컵라면으로 끼니를 해결했다.
울산시아동보호전문기관은 신고를 받고 아이들을 데리고 집을 방문했지만 부모는 아이들을 반기기는커녕 "왜 데려왔냐"며 화를 냈다. 부모는 아이들이 말을 잘 듣지 않고 가출을 일삼아 키우기 힘들다며 마음의 문을 닫아버렸다.
계모와 아이들의 갈등을 지켜보던 아버지도 아이들을 시설에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은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지속적인 상담을 통해 서서히 가정의 화목을 찾아가고 있다.
#3. D(13)군의 몸은 성할 날이 없다. 아버지가 D군을 밖으로 데리고 나가 돌이나 나무 등으로 때렸다. 새엄마 속을 썩인다는 게 이유였다.
울산시아동보호전문기관(관장 박유선)에는 2007년 한 해 동안 아동학대와 관련해 248건이 접수됐다. 이 중 신체학대가 79건(34.3%), 방임 71건(30.9%) , 정서학대 67건(29.1%), 성학대 12건(5.2%) 등으로 나타났다.
아동학대 피해아동의 가족유형으로는 편부 및 편모, 재혼가정이 65.5%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으며 일반가정은 21.2%였다.
아동이 어리고 아동학대가 지속될수록 아동학대의 후유증도 더 커진다. 아동학대는 단순한 타박상, 골절 등에 그치지 않고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극한 상황에서는 사망에 이른다. 또한 대인관계 기피, 자신감 결여, 언어발달장애, 무기력, 공격·파괴적 행동, 등으로 자아 형성에 심각한 영향도 끼친다.
이영미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은 "재혼, 한부모 등 갑작스런 가정 환경 변화와 부모의 알코올 중독, 정신질환 등으로 아동학대가 벌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부모와 아이들이 갖고 있는 문제를 분석하고 짧게는 6개월에서 1년 이상 지속적으로 심리치료, 상담 등을 병행한다"고 말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 제2의 영진군이 생기지 않기 위해서는 주위 사람들의 관심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아동학대를 발견하거나 의심가는 경우 1577·1391 또는 129로 신고하면 된다.
신고 의무자 확대하고 미신고 벌금 강화해야
◆ 아동복지법 보완 필요
아동학대를 예방하기 위해서 아동복지법을 보다 구체화하고 법적 제재도 강화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현재 우리나라의 아동복지법 제26조에 의하면 보육시설 종사자나 교사, 의료인,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사회복지전담 공무원, 소방구급대원, 학원 및 교습소 종사자 등을 신고의무자로 규정하고 있다. 이들은 아동학대를 발견하면 그 즉시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해야 한다.
그러나 이들에 의한 신고가 울산의 경우 2004년 21%, 2005년 23.9%, 2006년 23.6%, 2007년 28.3%를 나타내고 있다. 신고의무자들에 의한 신고건수가 많지 않아 신고의무자를 확대하는 한편 신고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을 때 벌금 등으로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또 아동학대를 발견한 뒤 24시간 또는 48시간 내에 신고해야 한다고 구체적인 시간을 명시할 필요가 있다.
김윤정 울산시아동보호전문기관 팀장은 "아동학대의 경우 신고하지 않으면 누구도 도움을 줄 수 없는 만큼 조금이라도 아동 학대가 의심되면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동복지법 30조 1항에 따르면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현장조사를 실시할 수 있다. 만약 조사를 거부하거나 답변을 회피하면 아동복지법 41조에 따라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홍은행기자 redbank@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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