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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례문 방화로 전국이 떠들썩하다. 대한민국 국보1호가 사회에 불만을 품은 한 70대 남성에 의해 어이 없이 사라졌다. 잿더미로 변해가는 숭례문을 보면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국민들은 한 없이 부끄러웠다.
이틀 뒤 울산에서는 숭례문 방화에 못지않게 시민 모두가 부끄럽고 죄스러운 사건이 발생했다. 실종된 것으로 알려졌던 6살짜리 우영진 군이 사실은 계모가 때려서 숨지게 한 뒤, 범행을 감추기 위해 시신을 불에 태웠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여섯 살짜리 우영진군의 시신에 붙었을 불은 숭례문에 비해 작고 조용했겠지만, 전국에 생중계된 숭례문 화재보다 더 큰 아픔을 전해줬다. 특히 우군이 사라졌다며 실종신고를 한 계모가 아들을 숨지게 한 장본인이었다는 점에서 시민들은 경악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계모의 범행을 밝혀낸 담당 형사도 "부모의 사랑을 제대로 느껴보지도 못하고 죽어간 영진이를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며 씁쓸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분명한 것은 이 사건이 '한 엽기적인 계모의 잔혹한 범행'이라며 특수한 상황으로만 끝나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아직 우리 사회는 부모에 대한 체벌이 용인된다. 계모 뿐아니라 친부모에 의한 심각한 아동학대가 적지 않으나 우리사회는 여전히 '집안일'로 치부하는 경향이다. 말도 못하고 고통 속에 살아가는 아이들을 위해 사회 구성원 모두가 감시자가 돼야 한다. 지난 한해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아동학대와 관련해 접수된 것만도 248건이나 된다.
경찰은 지난 13일 시신이 불태워진 경주 외동읍에서 진행된 현장검증을 끝내고, 평소 우군이 좋아하던 과자를 현장 일대에 뿌렸다. 우군이 저 세상에서 만큼은 과자처럼 달콤하게 마냥 행복했으면 한다.
허광무 기자 사회팀ajtwls@ksilbo.co.kr
[2008.02.17 22:48]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