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어린이 성폭력, 성추행 사건이 계속 증가하는 추세이다.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언론과 시민사회단체는 물론 학계, 법조계, 정치권 등이 앞다퉈 양형 기준을 높이는 등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경찰에서는 ‘아동 성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성폭력 특별 수사대’를 발족,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가기에 이르렀다.
법원과 검찰에서도 아동 성범죄자들을 엄히 다스리고 형이 철저히 집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이 시기에 지난해 전 국민을 경악하게 한 ‘조두순사건’(일명 나영이 사건)을 다시 떠올릴 필요가 있다. 인간이 얼마나 잔인하고 그 잔혹함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가늠할 수 없는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우리는 조두순사건만이 아니라 김길태, 김수철 사건 등 경악을 금치 못할 일들을 수도 없이 접했다. 그러나 이렇게 온 국민을 분노케 한 사건들도 세월이 지나면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가는 게 문제다.
2008년 ‘혜진·예슬양’ 사건을 예로 들어보자. 그 당시에도 ‘조두순’ ‘김길태’ 사건과 같이 국민여론을 비롯해 사회 전체가 들고 일어나고 관계부처는 법개정을 통해 강력한 처벌을 하겠다고 했다. 금방이라도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로 아동 성폭력이 깨끗이 근절될 것만 같았다.
성폭력범죄 발생건수 계속 증가
그러나 시간이 지나 국민들의 관심 속에서 조금씩 멀어지면서 이제는 ‘잊혀져 가는 사건’이 되어버렸다. 시간이 지나 냄비처럼 금세 식어버린 관심은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더 큰 상처만 안겨줬고 이러한 현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유사 범죄는 끊이지 않고 있다.
성폭행은 몸과 마음을 모두 말살시키는 지구상에서 가장 심각한 범죄 중 하나다. 특히 신체적, 정신적 피해의 영향이 평생을 함께하기 때문에 아동 성폭행범을 ‘영혼의 파괴자’라고 비난한다.
성폭력 범죄는 2007년 1만5325건에서 2008년 1만7178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13세 미만 아동 성폭력 피해자는 2005년 738명에서 지난해 1017명으로 늘었고 올해에도 여전히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성폭력 범죄 재범률도 2008년 7.8%에서 지난해 8.1%로 높아졌다.
이러한 통계 수치만 보더라도 성폭력 가해자의 처벌 수위를 높이거나 전자발찌를 채우는 것만으로 재발 방지대책이 될 수는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누군가의 잘잘못을 따지는 일도, 범인에게 좀 더 무거운 처벌을 내리는 것도 아니다. 지금까지 논의한 것들이 실현되도록 모두가 관심을 갖고 끝까지 지켜보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경찰에서는 아동대상 범죄예방을 위한 ‘아동안전 지킴이’ 운영, 놀이터·공원·통학로 순찰 강화, 범죄 취약 지역의 인프라 구축(CCTV) 등 아동 성범죄 예방 및 검거를 위한 특단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성범죄자들에 대한 공소시효 연장, 전자발찌 착용, 신상공개 확대 등 갖가지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
모두 ‘내 탓’이라는 마음으로
이러한 대책에 대해 ‘공염불’이라며 비난하기보다는 월드컵 때 국민 모두가 하나되어 열정적으로 ‘코리아’를 외치듯 적극적으로 호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아이들을 지켜주겠다는 소중한 약속과 더불어 관심과 모범을 한시라도 잊어서는 안 된다. 모두 ‘내 탓’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제2, 제3의 조두순·김길태·김수철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켜봐야 한다.
지속적인 관심과 지켜보는 기다림으로 기성세대의 성숙함을 보여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