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순응한 아동과 자유로운 아동

2008-06-25

순응한 아동과 자유로운 아동

김일한 마더스병원 본부장

지금 우리의 행동, 생각, 그리고 느낌은 우리가 어릴 때 하던 것과 똑같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는 어렸을 때, 부모나 어른들의 요구에 순응(적응)하여 행동(생각, 느낌)을 해왔다. 어른들이 말할 때 말없이 조용히 앉아 있으면 아버지로부터 착하다고 칭찬받았기 때문에 원하든 원치 안든 그렇게 행동해 왔으며, 어머니가 우리의 슬퍼하는 모습이나 화내고 있는 모습 보다는 웃고 즐겁게 지내는 것을 보고 좋아하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에 슬퍼도 울음을 참고 억지웃음을 지었다. 이것이 순응한 아동의 기원이고 모습이다. 성인이 된 우리는 많은 시간을 순응한 아동의 상태로 살게 된다. 물론 어떤 삶의 결정을 할 때 일일이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교통신호를 지킬 때 우리는 아동기에 부모님들이 가르쳐 준대로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자연스럽게 행동한다. 식사를 할 때 타인에게 실례가 되지 않도록 예의를 지키는데 이것은 우리가 어렸을 때 부모님들 앞에서 예의를 지켜 칭찬받은 대로 행동하는 것이다.

우리의 순응한 아동은 이런 형태로 우리에게 도움을 주고 있는데 이러한 생산적인 행동을 “긍정적”이라고 한다. 그러나 성인으로 직면하고 있는 상황과 맞지 않게 아동기의 행동 양태를 재연하게 될 때 “부정적”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아동기에 부모님의 주의를 끌기 위해 삐죽한 얼굴로 침묵했었다면 성인이 되어서도 우리의 욕구충족을 위해 그런 방법을 자신도 모르게 사용(재연)할 수 있다. 이렇게 할 경우 우리는 성인으로서 자기가 원하는 것을 직접 말로 요구하지 않고 아동과 같은 유치한 행동을 할 수 있다. 어렸을 때 부모나 어른들 앞에서 어떤 행동을 했을 때 부모로부터 핀잔을 받은 결과 성인이 되어 사람들 앞에서 연설해야 할 경우 얼굴은 화끈거리고, 목소리는 떨리고, 다리는 후들거리는 신체적 증상을 느낄 수 있다. 이때 우리는 당황하여 “나는 절대로 훌륭한 연설자가 될 수 없다”라는 아동기의 각본이 재연될 수 있는데 이것이 임상치료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반면 자유로운 아동 상태에 있다는 것은 아동기에 부모님의 규칙이나 기대 또는 간섭에 상관치 않는 아동기의 행동을 재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행동은 성인이 된 우리에게 매우 생산적이고 삶을 풍요하게 해주기 때문에 긍정적인 부분이 많은데, 예를 들어 많은 성인들은 아동기에 겪었던 슬픔의 감정을 발산하지 못하고 있거나, 신체접촉을 두려워하고 있는데 안정한 환경(치료적 환경)에서 이런 억눌린 감정을 발산 할 때 우리는 긍정적 자유로운 아동 상태에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자유로운 아동이 부정적일 때가 분명히 있다. 점잖은 식사를 하는 곳에서 ‘트림’을 거침없이 하는 등의 표현은 자신의 감정 내지 생리적 과정의 표현에는 도움이 될 수 있겠으나 사회생활에서 받는 반응은 부정적이 될 것이다. 더 심한 경우, 마음 내키는 대로 오토바이를 대로상에서 폭주하는 자유로운 아동은 자신과 타인의 생명을 위협하는 부정적 자유로운 아동 자아상태가 된다.

순응한 아동과 자유로운 아동

김일한(마더스병원 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