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경기침체 화풀이(?)..美 아동학대 급증

2009-04-21

경기침체 화풀이(?)..美 아동학대 급증

'흔들린 아이 증후군(shaken-baby syndrome)' 환자, 지난해부터 부쩍 늘어

워싱턴=CBS 박종률 특파원

4개월 된 여자 아이는 머리가 심하게 흔들려 수술이 필요하고, 생후 3주된 남자 아이는 집에서 학대를 받아 갈비뼈가 부러졌다.

최근 미국 보스턴 소아병원에 입원한 어린이들의 '흔들린 아이 증후군(shaken-baby syndrome)' 사례들이다.

미국 전역에서 '흔들린 아이 증후군'으로 진단을 받는 경우는 연평균 1,200건에서 1,400건에 이르고 있다.

'흔들린 아이 증후군'은 일반적으로 2세 이하의 유아들이 울거나 보챌 때 심하게 흔들어서 생기는 질환으로 뇌출혈과 망막출혈, 장골과 늑골의 골절등 복합적인 손상이 뒤따른다.

어린이들은 머리가 상대적으로 크고 목부위가 약하기 때문에 심하게 흔들게 되면 두개골 속에 뇌가 붓거나 출혈이 일어나고 뇌손상이 심하면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실제로 '흔들린 아이 증후군'에 걸린 아이들의 사망 확률은 3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최근 미국이 장기간의 경기침체를 겪으면서 이같은 증후군이 급증하는등 아동학대 사례가 부쩍 늘어나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보스턴 소아병원에서 아동보호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는 앨리슨 스코비(Allison Scobie)는 "지난 석달동안 심한 학대를 받고 병원을 찾은 어린이들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스코비는 "보스턴 지역의 대다수 병원에는 아동학대 상담을 받는 사례가 지난해보다 평균 20~3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BestNocut_R]

일리노이주의 경우 아동학대 사례가 지난 한해동안 5.8% 늘었고 시카고는 전년 대비 9%이상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으며, 다른 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기침체가 심각한 오하이오주의 아동학대 사례는 더욱 심각한 실정이다.

관련 조사에 따르면 2006년에는 미국의 전체 어린이 7천만명 가운데 12.1%가 아동학대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2007년에는 10.6%로 다소 줄어들었다.

그러나 2008년부터 다시 아동학대가 급증하면서 시애틀의 소아병원의 경우 보통 한 달 평균 한 건에 불과했던 아동학대 환자수가지난해에는 32건으로 세배 가까이 늘었다.

이 병원에서 어린이보호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케네스 펠트만(Kenneth Feldman)박사는 "놀라울 따름"이라면서 "아동학대 환자들의 대부분은 경제적으로 궁핍한 가정의 어린이들"이라고 말했다.

뉴욕주립대 앤 보타시(Ann Botash) 박사는 "지난 한해동안 심하게 머리가 흔들려 손상을 입은 환자 19명을 치료했다"면서 "이들 가운데 4명은 사망했고, 희생자들은 평균 생후 7개월된 유아였다"고 밝혔다.

보타시 박사는 "(경기침체가 한창이던) 지난해 말에는 어린이 환자가 더 많았다"면서 "보호받아야 될 어린이들이 오히려 희생을 당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의 앨리스 뉴튼(Alice Newton) 박사도 "흔들린 아이 증후군을 앓는 환자들이 부쩍 늘었다"면서 "지난해에는 16명을 치료했는데, 올해만 벌써 25명의 환자가 병원을 찾았다"고 말했다.

뉴튼 박사는 또 "요즘에는 머리에 외상을 입은 어린이 환자도 늘고 있다"면서 "1년 평균 12~13명 정도를 치료했지만, 올해는 석달 사이에 9명의 환자를 치료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4살난 여자 아이의 뇌에서 유체를 제거하는 수술을 했는데 그녀의 아버지는 실직 상태였고, 어머니가 생계를 책임지고 있었다고 소개했다.

nowhere@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