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조정현 울산아보전 팀장
출처 : 울산신문(https://www.ulsanpress.net)
지난해 서울 양천구에서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16개월 여아 '정인이' 사건 이후 비극적 아동학대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며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지난 2019년에만 신고 접수된 아동학대 사례건수는 4만 1,389건이었다. 이 중 사망한 사례 건수만도 42명에 달한다. 해마다 충격적인 아동학대 사건 이후 국가에서는 즉각 분리제, 아동학대 조사업무 공공화, 처벌 기준 강화 등 수많은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2019년 아동학대로 판단된 사례 중 75,6%가 친부모에 의해 가정 내에서 발생하고 있다. 아동학대 발생의 주요 원인은 부적절한 양육태도와 지식 및 기술 부족이 28.1%, 사회경제적 스트레스와 고립 13.1%, 부부 및 가족갈등 7.2% 등 다양하다. 또한 아동학대 발생의 48.4%가 가족 내 스트레스 요인을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고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실제 본 기관을 이용하는 모든 부모들도 양육에 어려움을 겪는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
부모들은 아동을 훈육한다는 명분으로 체벌 및 강압적 태도를 취하게 된다. 이를 경험한 아동은 단기적으로는 공포심에 협력적인 태도를 보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문제해결 능력을 상실하고 부모와의 갈등이 심화되는 모습을 보인다. 반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답답한 부모는 또다시 보다 강화된 체벌이나 강압적인 태도로 훈육하는 악순환이 지속된다.
아동학대 예방을 위해서는 부모들의 아동 권리 인식 향상을 위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개발과 보편화가 필요하다. 아동권리보장원에서 발간한 2020 아동 권리인식도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아동 권리 교육 경험이 없는 응답자는 75.4%로 대다수의 성인들이 아동 권리 교육에 대한 경험이 부족한 것으로 확인된다.
가족 내 소통과 이해는 가족기능 강화의 시작점이다. 대다수의 부모가 아동을 부모의 소유물로 가르치고 훈육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하는 지점에서 대화가 단절되고 수직적 가족 문화를 형성하게 된다. 이 같은 갈등이 발생할 경우에는 폭력적이고 강압적인 소통의 형태를 띠게 된다. 부모를 비롯한 개별 가족 구성원이 온전한 인격체로 대우받고 함께 성장하는 존재로 가족문화를 변화시켜나가는 것은 아동학대 예방의 시작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아동학대예방의 중심은 가족이다. 법령과 제도를 통해 행위자를 처벌하고 억압하는 징벌적 형태의 예방 정책도 필요하다. 그러나 제도 시행에 앞서 사회적으로 아동 권리가 존중받는 가족 분위기 조성과 긍정적 소통이 가능한 가족문화 정착이 요구된다. 가족 구성원들이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와 갈등은 대개 부모와 자녀의 긍정적 소통과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해결된다.
부모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긍정적으로 가족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 대개 작은 계기가 변화의 시작점이 되는 것을 필자는 기관의 부모교육을 통해서 경험하였다. 실제 부모가 무심코 뱉은 말을 아동이 어떻게 느끼는지 교육받은 부모는 “아이가 정말 그렇게 느낄 줄 몰랐다.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든다"며 향후에는 무심코 뱉은 말들이 아동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생각하고 대화하겠다고 했다. 이처럼 작은 인식의 전환은 단절된 가족관계 회복으로 연결된다.
아동학대예방을 위해 강력한 처벌과 초기 조치 강화, 피해아동 쉼터 확충 등은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다. 다만 정책 개정과 법령 시행에 앞서 아동권리가 존중받을 수 있는 가족 친화적 사회문화조성과 가족관계 강화를 위한 다양한 교육과 프로그램의 확충과 보편화도 중요하다.
기관의 교육을 통해 아동을 이해하기 시작함으로써 이전보다 갈등이 감소했다며 앞으로 아동을 잘 양육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던 부모의 모습이 선명하다. 아동 양육에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부모가 아동의 입장에서 이해하기 시작하고 가족 내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함께 고민하는 과정에서부터 변화가 시작됨은 분명하다.
본 기관에서는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이런 계기를 마련하고자 다양한 주제로 아동권리 및 부모교육을 주 1회 진행할 계획이다.
한 명의 부모라도 인식의 변화를 통해 긍정적 변화가 있기를 기대하며 기관의 작은 노력에서 그치지 않고 아동학대예방의 중심에는 아동권리가 존중받는 건강한 가족문화 조성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을 다시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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