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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격권 침해·모욕당한 아동, 판결이 정신적 고통 가중” 2011-02-11

조회수:1772

● CTS 사태, 사건 발생 당시부터 이미 전문가들이 강도 높게 경고
● “재판 전 사과방송으로 피해아동 위로하는 게 당연…재판까지 온 것 정말 ‘나빠’”
● “아동인권 침해 사건 가볍게 다루면 예방 차원에서도 좋지 않아”
● CTS·탁모 씨의 아동인권 침해 사건은 한국 아동인권 인식 수준의 바로미터


CTS와 탁모 씨의 아동인권 침해 사건과 관련한 판결 소식을 들은 아동인권 전문가들도 견해를 내놓고 있다. 이들 역시 한 목소리로 아동의 인권 침해를 간과한 재판부의 판결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아동인권 전문가들은 피고인 CTS와 탁 씨의 행위가 유엔아동권리협약을 정면으로 위배한 심각한 인권침해 사건인데다 아동복지법상 정서적 아동 학대에 준하는 사건임에도 재판부가 이를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시대착오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판결을 한 것은 문제라는 입장이다.

이들이 이번 사건을 주목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성인에 대한 인격권 침해와 명예훼손, 모욕과 관련한 판결은 다수 있었지만 성인이 아동의 인격을 침해한 사건에 대한 판결로는 최초이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이 결과에 따라서 차후 성인에 의한 아동인권 침해 사건 판결의 기준이 되는 동시에 한국 아동인권의 인식 수준을 그대로 보여주는 바로미터가 되는 셈이다.
 
 
이양희 유엔 아동권리위원회 위원장. 이 위원장은 CTS 사태를 가리켜
이양희 유엔 아동권리위원회 위원장. 이 위원장은 CTS 사태를 가리켜 "국가와 사회가 아동을 보호해야 하는 책임을 방임했다"고 질타한 바 있다. ⓒ뉴스한국
"사과방송이 우선…법정 가면 피해 더 커질 것" 경고가 현실로

아동인권 전문가들은 지난 2009년 3월경 CTS의 아동인권 침해 사태가 불거졌을 당시 ‘방송이 피해아동의 얼굴을 내보내고 모욕한 것 자체가 심각한 인권침해’라고 지적하면서 ‘즉각적인 사과방송이 피해 회복의 첫걸음’이라고 강도 높게 지적한 바 있다.

국제아동권리기관인 세이브더칠드런의 배영미 연구원은 당시 뉴스한국과의 인터뷰에서 "아동이든 성인이든 자신의 동의 없이 사진이나 정보가 노출되고 그쪽 기관에서 원하는 방식으로 사용됐다면 당연히 권리를 침해당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아동이)원치 않았던 내용의 방송이라면 아동의 생존권, 발달권, 참여권, 보호권 등 모든 권리에 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화여자대학교 사회복지전문대학원 정익중 교수는 CTS 사태에 대해 “성인들이 아동 권리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일천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하며, “초상권은 사회 전반적인 권리이고 아동이기 때문에 더 보호받아야 한다. (아동의)피해가 성인보다 더 클 수도 있고 심각해질 수도 있고 피해 정도가 장기적으로 남을 수도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중앙대학교 청소년학과 최윤진 교수 역시 “피해를 돌이킬 수 없기 때문에 치료 차원에서 신경을 써야 한다. 정신적 피해가 심각한 경우에는 정신과 치료라든지 의료 접근 조치가 있어야 하고, (방송으로 인한)피해를 해명하고 교정해야 한다. 정당하게 만들어진 영상물을 무단으로 가져다가 사용해 피해가 발생했다면 피해자 측의 요구에 따라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평택대학교 청소년복지학과 이민희 교수도 “좋은 일이건 나쁜 일이건 아이들의 얼굴이 유포될 경우 입에 오르내리게 되는데, 그것 자체가 문제가 된다. 모자이크 처리하는 것이 맞다. (동영상 출연)아동이 정신적으로 피해를 입었다면 사과방송은 분명히 해야 한다. 그것이 도리다"고 일축했다.

이 교수는 “(방송사가)끝까지 사과방송을 거부하고 피해아동의 부모가 사과방송을 요구할 경우에는 법정에서 판단해야 할 것으로 보이지만 아이들이 법정까지 나가게 되면 더 심한 고통에 시달리기 때문에 거기까지 가지 않도록 처리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 이양희 위원장 역시 뉴스한국과 인터뷰를 통해 CTS 사태를 가리켜 “이 경우 (아동인권 침해는)굉장히 심각하다"고 지적하며, "국가와 사회가 아동을 보호해야 하는 책임을 방임했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국제법상에서도 피해아동에 대해 충분히 보상을 해줘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금전적인 보상은 물론 심리적인 치료까지 해줘야 할 의무가 있다"며, "'민변이나 아동인권 단체들이 끝까지 소송을 제기해서라도 방송국으로부터 사과방송을 받아내야 한다. 이렇게 해서 피해아동들에게 아동들이 잘못해서 피해를 받은 것이 아님을 알려줘야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사과방송을 하지 않고 있는 방송국을 그냥 내버려두고 있다는 것은 아직도 한국이 아동인권에 관한 한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아동인권 전문가들이 사건 발생 당시부터 부단히 경고를 했는데도 CTS 사태는 결국 법정 싸움으로까지 비화됐다. ‘사건이 법정으로 갈 경우 아동의 피해는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우려가 아동인권에 무지한 재판부의 잘못된 판결로 현실화된 셈이다.
 
CTS 피해자 아동의 어머니들이 지난 2009년 4월 1일 오전 10시 30분경 서울 노량진 CTS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 아동의 정신적 고통을 치유하기 위한 사과방송을 강력히 요청했다. 기자회견 도중 한 피해 아동의 어머니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스한국
CTS 피해자 아동의 어머니들이 지난 2009년 4월 1일 오전 10시 30분경 서울 노량진 CTS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 아동의 정신적 고통을 치유하기 위한 사과방송을 강력히 요청했다. 기자회견 도중 한 피해 아동의 어머니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스한국
“재판부의 잘못된 판결이 또 다른 아동인권 침해 초래 우려”

‘위자료 50% 바겐세일 판결’로 회자되고 있는 수원지법 항소심 재판부 판결에 대한 아동인권 전문가들의 입장 역시 법조계 전언과 다르지 않다. 법조계 전문가들이 재판부의 판단에 대해 “오류다” “궤변이다”고 강도 높게 비판한데 이어 아동인권 전문가들 역시 한 목소리로 법원 전체의 변화를 촉구했다. 아동인권 침해 사건에 솜방망이 처벌이 이어지면 아동인권 침해 역시 악순환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CTS 사태를 죽 지켜봤다는 국가인권위원회 자문위원 이용교 광주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아동인권에 대한 인식이 있었다면 재판 전에 피해아동에 대한 사과가 선행돼야 했다. 하지만 이렇게 재판이 진행됐다는 것은 아동인권에 대해 ‘이게 뭐 문제냐’는 인식이 깔려 있는 것이 아니겠나”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또 “문제를 일으키고도 문제라고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 피해아동에 대한 1차적인 인권침해지만, 이 아이들은 법정에 가서도 2차 침해를 받게 된다. 법으로 보호해줘야 하는데 사실상 피해를 경미하게 처리함으로써 피해아동이 두 번이나 인권침해를 당하는 것이다”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전 국가인권위원회 자문위원이자 법무법인 지향의 김수정 변호사는 “아이들의 모욕이나 초상권 침해를 가볍게 생각하면서 어른의 경우에는 사회적 지위가 형성돼 있다는 이유로 그 피해가 아동에 비해 더 심각하다고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잘못된 생각이다. 아동들의 경우 (인권침해 피해가)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아동 스스로 자기를 방어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어른들이 함부로 아동의 인권을 침해하는 경향도 있는데 이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라도 법원에서는 아동인권 침해 사건에 대해 가중해서 위자료를 산정해야 한다. 아이라고 해서 쉽게 보면 안 된다”고 역설했다.

내외합동법률사무소 김용일 변호사 역시 “(초상권 침해나 모욕죄의 경우)성인에 비해 아동이 받을 정신적 상처가 크기 때문에 통상의 기준보다 아동에 대해서는 더 엄격한 잣대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한국아동단체협의회 윤성은 조사연구과장은 “아직 우리나라 방송이 아동인권에 대해 무지한 측면이 있다. 재판부 역시 아동인권에 대해 많이 깨어있지 않다. 심지어 성폭력이나 성추행 피해를 입은 아동이 보호받지 못하는 사례도 있다”고 지적했다.

명백한 아동인권 침해 사례인 만큼 아동의 입장을 우선하는 판결이 나와야 하고, 각 방송사들이 아동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이 언론과 방송에 의한 아동인권 침해 사건을 예방하는 최우선 과제라는 지적이 이들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2011.01.24/뉴스한국/이슬기자